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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행으로 따진다면 조선의 진채가 계속해서 바뀌었다는 점을 들 수도 있다. 당장에 조선 전기의 단청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숭례문과 조선 후기의 단청인 흥인지문의 진채가 상당히 다르고, 공포의 모양도 꽤 획기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 보시라. 이건 조선 전기와 후기라는 수백 년 단위로 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데, 조선 말기에 그린 동궐도에 그려진 건물의 채색이나 재료 구성이 지금 복원되어 있는 대한제국 기준의 창덕궁, 창경궁과 매우 다르다.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엄청나게 변한 셈이다. 그럼 심용환이 생각하는 한국만의 색감이란 어디에 기준을 두고 바라봐야 할까?공민왕이 그렸다고 알려진 이 그림엔 청자로 만든 의자까지 그려져 있어서 고려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. 그리고 오른쪽 뒤편 건축물을 잘 살펴보면 동그란 당파풍 건물이 그려져 있다. 이건 한국만의 색감인가 일본의 색감인가.송나라에 이어서 원나라 역시도 계속 사용했다. 이 그림 속 건물의 기와나 금동 장식, 단청의 색 구성, 당파풍 지붕은 고려 시대 공민왕의 그림과도 매우 흡사하다.아직도 우리는 주류성이 어딘지도 모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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